ㆍ저작권 상속·계약 불명확 ‘혼선’ㆍ법적 유언 나와봐야 정리될 듯법정 스님이 쓴 책의 절판 여부를 놓고 혼선이 커지고 있다.
법정 스님의 상좌인 덕현 스님(길상사 주지)이 “(법정 스님의)유언에 따라 스님의 모든 저작들을 절판할 것”이라고 지난 15일 밝히면서 관련 출판사들은 일단 책 출간을 자제하고 있다. 독자들은 절판을 대비해 법정 스님의 책 구하기에 나섰고, 덩달아 서점들은 독자들의 문의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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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에 마련된 법정 스님 추모 코너에 16일 법정 스님이 쓰거나 평소 사랑했던 책들이 진열돼 있고, 법정 스님의 대표작 <무소유>에 대해 ‘절판으로 인해 매장에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강윤중 기자 |
절판을 둘러싼 혼선은 책 구입 등의 문제뿐 아니다. 법정 스님이 저작권 상속자를 개인 혹은 단체에 넘겼는지, 아니면 아예 저작권을 폐기했는지 여부 등도 명확하지 않다.
저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저작권을 가진다면 출판사는 저자와의 계약에 따라 저작물을 출판할 수 있는 출판권을 가진다. 출판권은 보통은 5년 또는 10년 단위이며, 법정 스님은 대부분 10년 단위로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도 불구, 출판사로 하여금 책을 더이상 출간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계약 위반이다. 언론·출판 법률전문가인 김기태 교수(세명대)는 “저자가 사망했다 하더라도 출판계약은 유효하므로 법적으로 출판사들은 책을 계속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기간이 끝나고 저작권 상속자가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그 책은 자연스럽게 절판된다. 출판사들은 “법정 스님의 유지가 그렇다면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저작권 상속문제 등 세속적으로 명확하게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아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법정 스님 사후에 이미 3권의 신간이 출간된 상태다.
법정 스님의 책을 기획해 온 류시화 시인은 개인 홈페이지에 “길상사나 출판사 ‘맑고향기롭게’ 측에서는 언론에 이 사실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해당 출판사 발행인들을 불러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쓰기도 했다. 덕현 스님은 16일 “내일 초재가 끝난 직후 절판과 관련된 법정스님의 유언 등을 밝힐 것”이라고 말해 혼란이 종식될지 주목된다.
‘맑고향기롭게’ 관계자는 “불가에선 49재가 중요하다보니 출판사분들께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조만간 저작권 상속자가 명확해지면 출판사에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달라고 부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