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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11-18

    [머니투데이] 법정스님의 39년전 '신문꼬마'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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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39년전 '신문꼬마'를 찾아라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2010.03.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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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이 머리맡에 남긴 책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스님은 입적 전날밤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된 모든 출판물을 출간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머리맡에 남아 있던 책을 저서에서 약속한대로 내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해달라"고 전했다. 유언장에도 막내 상좌인 덕진스님더러 “머리맡에 남아 있는 책을 나에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해주면 고맙겠다”는 유지가 들어있다.

이 신문배달원은 1971년 스님이 쓴 글에 나오는 소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39세의 스님은 잡지사의 청탁에 따른 ‘미리 쓰는 유서’에서 39년 후 자신의 조촐한 장례식 풍경을 그대로 예견했다. 이 글에서 "그래도 혹시 평생에 즐겨 읽던 책이 내 머리맡에 몇 권 남는다면, 아침저녁으로 ‘신문이오!’하고 나를 찾아주는 그 꼬마에게 주고싶다"고 적었다.

이 글은 76년 첫 출간된 스님의 대표 저서 ‘무소유’에도 실려있다.

길상사 측은 "71년도에 발표한 글에 나오는 꼬마가 지금은 중년이 됐을 것"이라며 "유언에 따라 그 사람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18일 밝혔다. 쉰살 안팎이 돼 있을 그를 찾는 일은 덕진스님의 몫으로 남았다. 덕진스님은 선방을 다니며 수행 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법정스님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다. 스님은 2002년 서강대 법학과 왕상한 교수의 결혼식에서 딱 한번 주례를 섰다. 주례사 머리에서도 “20년전에 지나가는 말로 대꾸한 말빚 때문에 안하던 짓을 하게 됐다. 사람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40여년전 쓴 글에서 언급한 ‘이름없는’ 꼬마에게 진 말빚을 평생 간직하고 산 셈이다. 법적 효력이 있는 공식 유언장에도 남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