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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 22-11-18

    [미디어붓다] 법정스님 절판 유언 어기다니..,몇몇 출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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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무소유의 감동 아직 생생한데

돈에 눈이 멀어 절판 유언 어기다니…

맑고향기롭게 “몇몇 출판사 출간 유지 짓밟는 일”
“법정스님 책 팔지 말도록 대형서점에 요청할 것”

“그동안 풀어 논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

법정스님의 간곡한 유언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그동안 법정스님의 책을 출판했던 일부 출판사들이 유서를 공식 발표하기 직전, 대량 출판을 감행함으로써 전국주요 서점에는 법정스님의 책으로 넘쳐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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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대형서점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는 어김없이 법정 스님의 책을 모아놓은 특별코너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스님의 입적을 전후한 날짜로 발간된 책들이 대량으로 쌓아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유서공개 자리에서 “스님의 유언에 따라 그동안 스님의 책을 출판해온 모든 출판사에 스님의 책을 더 이상 출판하지 말아주실 것을 정중히 그리고 간절히 부탁”했던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 등 유지를 받들어 모시는 곳에서는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맑고향기롭게 윤청광 본부장은 법정스님의 책을 몇몇 출판사에서 대량 찍어내고 있는 것에 대해 “법정스님의 간곡한 당부를 돈 몇 푼에 짓밟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한 후 “이미 스님이 유서를 통해 단호하게 절판을 당부한 만큼 맑고향기롭게에서는 그 유지를 받드는 일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맑고향기롭게 김형균 이사도 “법정스님의 책을 출판하는 것이 적법인지 불법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스님의 유언을 지키느냐 어기느냐의 문제로 봐야한다”며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 서점들에게 법정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법정스님의 책을 팔지 말아줄 것을 호소하는 방안을 3월 20일 맑고향기롭게 이사회에서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당초 검토했던 법정스님의 글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해 모든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이 적극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는 19일 아침, 법정스님의 책을 출간한 J, M, S사 등 일부 출판사들이 법정스님의 유언을 저버리고 특정인이 법정스님을 대리해 발행한 수십만장의 인지를 붙여 책을 대량 발간하거나, 심지어 인지(도장)도 없이 책을 찍어 배포하고 있다고 <미디어붓다>에 알려왔다. 이 출판사들은 현재 법정스님의 책을 대량 인쇄해 제본작업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19일 대형서점에 쌓인 법정스님의 책들은 이 제보가 사실임을 입증해주고 있다.

일부 출판사들은 확인을 요청하는 <미디어붓다>와의 전화에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M사 관계자는 <미디어붓다>와의 통화에서 “M사에서 출간한 법정스님의 책은 총 6종이며 그중 5종은 이미 출간이 약속된 것으로, 법정스님의 인지를 붙여 출간한 것이고, 인지 없이 책을 출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법정스님의 유지를 지키기 위해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다만 최근 책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은 편집부 엮음으로 출간된 책이며, 인지 없이 출간하는 것으로 법정 스님과 약속이 된 책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대로 법정스님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소문은 우리와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M사는 20만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인지를 법정스님 생전에 관리를 했던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비록 법정스님의 인지를 붙여 출판되었지만, 법정스님의 뜻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맑고향기롭게 핵심관계자들의 지적이다.

S사의 K대표는 <미디어붓다>와의 전화에서 “S사는 법정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S사와 법정스님의 인연은 한 두 해의 일이 아니므로 결코 유지를 받들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유언의 공식발표(3월 17일) 이후에는 일체의 출간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S사 K대표는 법정스님의 입적을 전후해 책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해 책을 많이 찍은 것은 사실이며, 법정스님의 인지가 없어 맑고향기롭게 측과 구두로 논의하여 “…고인의 뜻에 위배된다면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라는 글귀를 인지를 붙이는 자리에 대신 인쇄해 책을 발간했으며, 추후 이 내용을 맑고향기롭게에 보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S사는 현재 법정스님 관련서적 10종을 인쇄해 판매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발간부수와 대화를 나눈 맑고향기롭게 간부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맑고향기롭게 윤청광 본부장은 “맑고향기롭게는 법정스님 책의 출판과 관련하여 아무런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있다면 절판이라는 스님의 뜻을 받들어 관철시키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일부 출판사가 맑고향기롭게 관계자의 구두 허락을 받아 출판했다는 주장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유서를 공식 발표하기 이전에도 이미 언론을 통해 절판하라는 유언이 알려진 만큼 공식발표일 기준으로 그 직전에 대량 출판을 한 것은 인지를 대량 넘겨받아 인쇄를 했든지, 아니면 인지 없이 글귀를 써넣어 편법으로 인쇄를 했든지 간에 결코 법정스님에게 떳떳하지 못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붓다>에 이 사실을 알린 제보자는 “영세한 출판사도 아닌 굴지의 출판사들이 상식적으로 부도덕한 짓을 하는 것을 국민이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미디어붓다에 사실을 알리게 됐다”며 “특히 큰스님의 무소유 가르침과 정면으로 배치된 부도덕한 행위를 양심과 양식을 자양분삼아 살아가야할 출판사들이 앞장서 거스르는 것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고 분개했다.

20일 열리는 맑고향기롭게 이사회에서는 법정스님의 절판 유지를 거스르고 대량출판을 하고 나선 출판사들 문제가 심도깊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시비를 가리는 일도 발생할 개연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소유의 삶을 보여주면서 국민적 감동과 존경을 받은 법정스님의 뜻을, 그것도 스님의 음덕으로 운영에 큰 도움을 받아온 출판사들이 감히 거스르고 영리를 목적으로 대량 출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출판사들이 유서 공식발표일 이전에 책을 대량 추가 인쇄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법정스님의 절판 유언은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