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화장유해 산골은 불교전통 장법
강동구 / 동국대 생사의례학과 교수, 중앙신도회 불교생활의례문화원장
법정스님이 열반하신 지 달포 남짓 되었다. 49재 막재를 지내면 스님의 화장 유골은 스님의 유언대로 산에 뿌려지게 될 것이다. 유골을 산야나 강에 뿌리는 것을 산골이라 한다. 현행 ‘장사등에관한법률(장사법)’은 산골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래서 스님의 유골을 산야에 뿌리는 것에 대한 합법성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행 장사법은 화장유골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봉안과 자연장을 규정하고 있다. 봉안은 화장한 유골을 봉안시설인 봉안당이나 봉안묘, 봉안탑에 봉안하는 것으로 이는 스님의 평소 뜻이 아니므로 논외로 한다.
법정스님도 유언했는데…
자연장에 대해 장사법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자연장지의) 수목,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장사법에 맞게 자연장하려면 자연장지의 수목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야 한다. 즉 뿌리면 안 되고 30cm깊이 이상 1m 이내로 파고 생분해성유골함에 넣거나 흙과 섞어 묻은 후 30일 이내에 관할 지자체에 개인 자연장지로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도 스님의 뜻에 부합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스님은 평소 기거하던 강원도 토굴 인근 산에 뿌리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러면 화장 유골을 산야에 뿌리는 것은 불법인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장사법은 이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장사법에 저촉된다고 할 수는 없다. 애초 자연장을 정의할 때 “뿌리거나 묻어 장사하는 것”이라 정의하지 않고 뿌리는 것을 제외한 이유는 관습적으로 이루어지는 산골을 굳이 법으로 규제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서이다.
혹자는 화장유골을 산야나 강에 뿌리는 행위가 환경관련법에 저촉되는 불법행위라고 말한다. 그러나 폐기물관리법이나 해양환경관리법,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관한법률, 산림보호법, 자연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 어디에도 화장유골을 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조항은 없다. 다만 화장유골이 폐기물에 해당한다면 산골하는 행위는 폐기물관리법 위반이다. 그러면 화장유골이 폐기물에 해당하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화장유골을 일반폐기물 또는 생활폐기물로 분류하여 화장유골을 투기하는 행위를 규제한다고 하는데 이도 해당 지자체의 조례를 찾아보면 그러한 규정이 없음을 알게 된다. 담당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도 화장유골을 국민정서상 폐기물로 분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만일 화장 유골을 폐기물이라 분류하거나 규정하고 있다면 이는 명백히 위헌이다. 아니 위헌을 넘어 죽은 자에 대한 폭력이며 살아 있는 자들의 오만이다. 알고 보면 누군가의 부모이거나 할아버지, 할머니이다. 어느 사회가 죽은 자의 유해를 폐기물로 취급한다면 그 사회는 스스로의 개체적 삶과 미래를 무시하는 자기부정이 된다. 따라서 화장 유골이 절대로 폐기물일 수는 없다.
결국 화장한 유골을 산골하는 행위는 적어도 불법은 아니다. 그러면 합법인가? 우리 민법은 관련 법률이 없으면 관습과 판례, 조리를 법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산골하는 행위가 관습이라면 이는 합법이라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불교의 장법은 화장이며 화장한 유골을 사찰 인근의 산야에 뿌리고 위패만 사찰에 모시는 것이 관습이었다. 적어도 불교라는, 불자라는 테두리 내에서 산골행위는 ‘거듭된 관행’으로 굳어져 있으며 이른바 법적확신과 인식을 가지고 하나의 법원으로 승인되어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다툼이 있을 경우 이는 당사자의 입증문제가 아니라 법원이 직권으로 확정해주어야 할 문제이다).
“스님 유해 산골은 합법”
결국 스님의 유해를 산골하는 행위는 합법이라 할 것이다. 아니 합법이어야 한다. 불교계는 차제에 산골을 불교식 장법으로 제도화하고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과학적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죽음은 상당부분 종교의 영역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중생들의 죽음이나 죽어감에 유독 타종교에 비해 관심이 적었다. 산골이 불교의 전통 장법임에도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일반 대중들의 불법여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불교계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이다.
[불교신문 2618호/ 4월28일자]
2010-04-24 오전 9:17:26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