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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 22-11-18

    법정스님 추모글 '맑고 아름다운 향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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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추모글 '맑고 아름다운 향기' 출간

현인정 기자 

지난 3월11일 입적한 법정스님의 그늘은 넓고 깊었다. 종교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정치ㆍ사회적 혼란기에 훈수를 아끼지 않은 정신적 지도자이자, 생태사상가, 문학인, 차(茶) 애호가였던 법정스님을 추모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문화ㆍ예술ㆍ종교인 16명이 법정스님 입적 5개월을 넘기면서 법정스님의 사상과 문학적 위상 등을 집중조명하면서 쓴 추모의 글들을 산문집 '맑고 아름다운 향기'(스테디북)에 담았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겸 문학평론가는 법정스님의 사상과 정신을 '무소유적 생태주의'라고 이름 붙였다. 임헌영씨는 서양의 생태주의인 에코소피(Ecosophy)가 1973년 무렵 형성됐다고 보면 법정스님의 생태주의를 담고 있는 '무소유'는 1971년에 나온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불교경전의 영향이 컸던 무소유 정신이 나중에는 한 시대의 정신운동이 됐다며 "꽃이 철따라 피고 지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기온과 햇볕과 토양과 수분의 영향이라 하겠지만 '생명의 신비요, 자연현상'인 우주 섭리가 아니고서는 그 해명이 불가능한 것으로 이것이 바로 법정이 말하는 자연의 생명력"이라고 지적했다.


임헌영씨는 이런 생태철학적 상상력의 외연은 녹색당이나 에코소피와도 맥이 닿지만 법정스님은 정치와 과학이 못하는 일을 종교가 담당해야한다고 결론맺은 선승이었다고 말한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1976년 8월 고(故) 김남주 시인 등과 함께 송광사 불일암으로 법정스님을 만나러 갔던 기억을 소개했다.


일행이 수박을 쪼개먹고 난 후 뱉어놓은 수박씨를 하나하나 쓸어담는 법정스님에게 일행이 "왜 그러시느냐"고 물었더니 법정스님은 "수박 냄새를 맡으면 개미가 달려들고, 그러다 보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발로 밟아 살생을 하게 되니, 개미가 오기 전에 씨를 주어야만 한다"고 답했다.


박 이사장은 강진에 유배돼 다산초당에서 학문했던 다산 정약용과 불일암에 칩거하며 글을 쓴 법정스님에 대해 공통점을 찾기도 한다.

수필가 겸 문학평론가 권대근씨는 법정스님의 산문에 대해 '무소유'를 예로 들면서 "주제가 매우 형이상학적이고 일반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임에도 많은 독자들에게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구체성과 보편성, 우회성이라는 수필의 요소를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희경 수녀는 "수도생활 초반기에 '무소유'를 읽고 법정스님을 수행자로서 마음의 도반으로 삼았다"며 "수도자는 청빈, 청결, 순명의 서원을 하는데, 청빈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것이 바로 무소유였다…개인적 관점으로 본다면 법정스님의 모습은 가톨릭 수도자인 나보다 더 가톨릭 적이다. 외람되지만 법정 스님을 크리스천이라고 해도 아무도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라고 썼다.


기독교회 이훈식 목사는 "법정스님은 부처님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며 중생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고자 했다"는 글을 썼고, 원불교 서도명 교무는 "법정스님이 행자생활을 했던 통영 미래사를 찾을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진다"고 감회를 적었다.

이밖에 조계종 중앙신도회 김의정 회장은 법정스님은 차를 좋아하는 차인(茶人)이었다며 자신의 어머니인 명원 김미희 여사와 법정스님의 인연도 소개했고, 성공회 최자웅 신부도 법정스님을 추억하는 글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