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법정 스님을 만나다>
법정 스님 편지 엮은 '마음하는 아우야!'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미안하다. 죄스럽다. (중략)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되어버렸다. 할머니, 작은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너희들을 배반하였다. 출가가 나로서는 어떤 연유에서 일지라도 집안에 대해서는 배반이 아닐 수 없다. 얼마간의 수도를 다시 쌓은 뒤엔 다시 세상에 나아가 살 것이다. 그동안은 죄인이다. 죽일 놈이다."
법정 스님이 출가(出家) 1년 뒤인 1956년 3월 21일 사촌 동생 박성직 씨에게 보낸 편지다.
법정 스님은 이 편지에서 도를 이루기 위해 출가한 뒤 세상에 남겨 둔 어린 사촌 동생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당시 21살이었던 스님은 자신을 '죽일 놈의 형 제철(법정 스님의 본명)'이라고 자책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신간 '마음하는 아우야!'(녹야원 펴냄)는 법정 스님이 출가한 1955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사촌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이다.
편지 곳곳에는 어린 사촌 동생에 대한 따뜻한 정이 듬뿍 담겨 있다.
"좋은 책을 많이 읽어라. 춘원(이광수)님 지은 것은 대개가 믿고 읽을 만하다. 내 책장에서 읽을 만한 것을 골라사 읽고 잘 보존하여라. 나플탈렌을 넣어두면 좀이 들지 않을 것이다."(1958년5월13일)
"마음하는 아우야! 마음 기댈 곳 없이 안타까이 헤매는 너에게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무능하다. 힘이 없구나. 그지없이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러나 결코 실망하진 말아라. 우리들의 앞길은 아직도 멀다."(1958년7월24일)
책을 펴낸 사촌 동생 박성직 씨는 "'마음하는'은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지만, 스님은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다'라는 뜻으로 '마음'이라는 명사에 '하다'라는 동사를 붙여서 사용한 듯하다"면서 "'마음하는 아우야~'라고 불러주시던 스님이 계셔서 그 많은 유혹과 어려운 시기를 비껴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박 씨는 유년 시절부터 법정 스님과 한 집에서 같은 방을 쓰며 친형제처럼 자랐으며 법정 스님의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고뇌하던 법정 스님의 청년 시절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죽는다는 건, 죽는다는 건 이 지상을 유지하던 하나의 의식이 껴져버리는 것. 촛불처럼 꺼져버리는 것. 아! 이것은 해결이 아니다. 다만 중단일뿐."(1958년12월27일)
법정 스님이 직접 펜으로 쓴 원본 편지를 책에 그대로 실었으며, 법정 스님의 젊은 시절 사진도 실려 있다.
248쪽. 1만8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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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4/21 09:4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