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향기롭게 후원하기

언론

    • 22-11-18

    법정스님 3주기…초상화 그린 김호석 화백

본문

법정스님 3주기 초상화 그린 김호석 화백

무소유 정신 붓끝으로 되살렸죠

7일 성북동 길상사 추모법회서 일반 공개


기사입력 2013.03.06 17:02:54 | 최종수정 2013.03.06 17:12:59


465fe9ad70426e3815e4f389522bad8d_1668753967_8088.jpg
 


본인이 그린 법정스님 초상화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호석 화백.


회색빛 장삼에 붉은 가사를 걸쳐 입은 법정 스님(1932~2010)이 꼿꼿하게 앉아 있다. 맑고 온화한 얼굴, 청정하고 그윽한 눈길에는 스님이 생전 가르쳐 준 무소유 정신이 오롯이 묻어난다.


이 초상화는 수묵 인물화의 대가 김호석 화백(56)이 최근 완성한 것이다.


이 진영(眞影)이 7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리는 법정 스님 3주기 추모법회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세로 186㎝, 가로 141㎝로 제법 큰 크기다. 전통 초상화 기법인 섬세한 배채(背彩ㆍ종이나 비단 뒷면에 물감을 칠해 앞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 붓질과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선(線), 사실주의적 인물 묘사가 특징이다.


화폭에 비어 있는 여백은 텅 빈 충만감이 느껴진다.


최근 2년 새 스님 초상화 석 점을 그린 김 화백은 "스님 1주기가 끝난 직후 제자들로부터 스님 초상을 그려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며 "1990년대 초 해인사에서 잠깐 스님을 만나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선승(禪僧)으로서 생생하고 날이 서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침묵의 이미지, 무소유 정신을 화폭에 구현하는 데 붓끝을 집중했다.


"말이 아닌 표정과 눈빛으로 스님의 인품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인 스님은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소년처럼 사신 분이었죠. 경계를 허물면서 소통을 해온 부드러운 면모와 함께 청정 비구로서 깐깐함과 절제 단순함도 표현하고 싶었죠."


그는 단언컨대 화업 30여 년간 자신의 대표작으로 스님의 초상화를 꼽았다. 그만큼 초상화 한 점에 작가의 영혼을 담았다는 말이다. 실제 그는 인물 초상을 그릴 때 인물에 대한 모든 사진 자료를 취합해 작업실 벽에 붙여 놓는다. 법정 스님 사진도 벽에 200점이 걸렸다.


성철ㆍ지관 스님, 김수환 추기경, 단종 정약용 김구 안창호 안익태 신채호 한용운도 그가 영정을 그린 인물들이다. "제가 30대 때 성철 스님 문도들이 찾아와서 스님 얼굴을 좀 그려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부탁하면서 한 말이 제게 감동을 주었어요."


문도들은 화백에게 이렇게 말했다. "성철 스님을 죽이든 살리든, 화가가 바라본 성철 스님을 그려달라"고. 그래서 그는 절대 타협을 모르는 서릿발처럼 강인한 성철 스님의 초상화를 완성했다.


법정 스님 초상화는 스님이 생전 길상사에 오면 머무르던 처소(옛 행지실)이자 입적한 장소인 진영각에 걸린다. 진영각에는 진영뿐 아니라 스님이 강원도 수류산방에서 사용하던 안경과 펜, 서책 등 손때 묻은 물건과 저서, 글씨 등도 있다.


3주기 추모법회는 7일 오전 11시 길상사 경내 설법전에서, 진영 봉안식은 이날 오후 1시에 열린다.



[이향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