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도서 가운데 좋은 책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또, 내 삶의 가이드 역할은 물론 마음의 양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되는 책자 선정 또한 더욱 그렇다.
공직생활 34년 차, 이제 곧 인생 1막을 마무리하고 인생 2막을 새롭게 준비하는 시점에 <완도신문>의 내가 사랑한 책 코너에 기고 릴레이 바톤을 받고나니 문득 법정스님이 생각난다.
법정스님하면 워낙 유명한 분이라 그동안 스님이 집필한 <무소유>를 비롯해 <산에는 꽃이 피네> 등 몇권의 책을 보관 중인데 그중에서도 이번에 여러분께 소개할 책은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해 가는 법정스님의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다.
책장을 정리하다 손에 잡힌 이 책은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수십권의 저서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널리 전파한 법정스님이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2008년 출간한 산문집이다.
산중에 홀로 살면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그때 그때의 생각과 삶의 느낌 등을 담은 책으로 오랜세월 변함없이 사람들의 영혼을 적시고 있을 뿐만아니라 읽을수록 마음이 편해진다.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 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권, 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한 잔" - 법정스님,<아름다운 마무리> 중
자신을 정신적 궁핍으로부터 바로 세우고 비좁은 감옥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무소유의 정신과 행복을 몸소 실천한 법정스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스님이 하신 말씀 명언들을 다음과 같이 공유한다.
그때 그때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 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일의 결과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심각함과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천진과 순수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아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아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용서와 이해와 자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일깨우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개체인 나를 뛰어넘어 전체와 만나는 것이다. 눈앞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나 자신이 세상의 한 부분이고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나를 얽어매고 있는 구속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삶의 예속물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거듭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차 한잔을 앞에 두고 그 향기와 맛과 빛깔을 조용히 음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삶에 새로운 향기와 빛을 부여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단순해지는 것이다. 하나만으로 만족할줄 알고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추는 것이다. 언제든 빈손으로 두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없이 떨쳐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스님은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가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그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의 좋은 말씀 염두에 두는 기회로 삼고 가끔씩 이 책을 펼쳐보곤 한다. 스님의 말씀을 거울삼아 낡은 습관과 낡은 생각을 떨쳐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보다 너그럽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고, 욕심을 경계하고 비움이 가져다 주는 자비와 충만으로 새날을 이루기를 염원했던 스님의 가르침을 다시금 새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물질에 종속된 삶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자유인으로 살며, 순간 속에서 영원을 발견하며 순수한 본질 회복의 길로 나아가도록 안내하는 영적 지침서로 총 58꼭지로 구성돼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지침서가 아닌가 싶다. 바쁜 일상속에서도 가끔은 내게 삶의 여유를 부여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더불어 주변을 살펴봤으면 한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 생활보다 앞으로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마음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삶을 다스리는 좋은 글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지러운 마음을 바로 잡아주고 성공과 행복으로 가는 길의 가이드가 된다.
지루하고 무더운 장마철, 이 책과 함께 삼복 무더위를 식혀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라는 문구를 다시금 되새기면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안태호씨는 완도읍장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