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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11-18

    [사설] 법정 스님이 남긴 맑은 삶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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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정 스님이 남긴 맑은 삶의 향기

입력 : 2010.03.14 22:08

수의(壽衣)도 관(棺)도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法頂) 스님의 다비식(茶毘式)이 지난 13일 전남 순천 송광사 전통다비장에서 열렸다. 사찰 주지 한 번 지내지 않은 법정 스님이기에 운구 행렬엔 '비구(比丘) 법정'이란 위패와 영정만 앞세웠다. 전국에서 모여든 1만5000여 추모객이 그 행렬을 따라 험한 산길을 올라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동행했다. 다비식은 "일체의 장례식을 하지 마라"는 스님의 유언에 따라 추모사도, 추모사를 적은 깃발의 나부낌도 없이 진행됐다. 참나무 장작더미에 불을 올리는 거화(炬火)의식을 마친 추모객들은 스님은 불길 속에 계시지만 스님 가르침은 연꽃처럼 불길 속에서 다시 필 것이라는 뜻의 '화중생연(火中生蓮)'을 외쳤다.

법정 스님은 입적(入寂) 직전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달라"고 했다. 빈손으로 와 빈손으로 간 스님이었지만 생전에 스님 손은 '내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데 열심이었다. 오랫동안 어려운 학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기부해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스님이 실천했던 '무소유'(無所有)와 '나눔'의 정신 앞에 새삼 모든 이가 고개를 숙였다. 스님 몸은 대나무 평상에 누워 불길 속에서 사라졌지만 세속의 탐욕에 물들지 않았던 스님의 삶은 맑은 향기를 남겼다. 생선 싼 종이에선 비린내가 나고 향 싼 종이에선 향내가 나는 법이다. 스님이 실천을 통해 풍겨냈던 삶의 향내를 사회 구석구석에 배게 해서 많은 이가 그 향기를 맡고 스스로도 그런 향기를 내겠다고 노력하게 된다면, 스님의 향기는 우리의 영원한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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