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상자에 담긴 법정 스님의 유골이 상좌 스님들의 손에 의해 후박나무 아래에 뿌려졌다. 그 위로 고운 모래와 흙을 덮었다. 28일 오후 전남 송광사 불일암(佛日庵)에서 추적이는 빗속에 수목장으로 치러진 법정 스님의 산골(散骨) 의식은 이렇게 1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18년간 머물던 곳이다. 1975년 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가 서울에서 송광사로 돌아온 스님은 손수 이 암자를 만들었다. 대표적 저서인 '무소유'를 비롯한 많은 책과 칼럼이 여기서 탄생했다. 송광사 대웅전과 불일암을 잇는 20분 거리 오솔길에는 제법 무성해진 신록이 빗방울을 머금고 있었다. 스님이 돌아간 자연은 이렇듯 그대로다.
앞서 이날 오전 법정 스님의 49재 막재(終齋) 의식이 거행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포교원장 혜총 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송광사 주지 영조 스님을 비롯한 불자 1만여명이 궂은 날씨 속에서 막재를 지켰다.
5번의 범종 울림으로 시작한 막재는 개식, 삼귀의, 법요, 헌향, 헌다, 대중삼배, 법정스님 영상 법문, 헌화의 순으로 진행됐다. 영상으로 스님이 등장하자 불자들은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눈물을 글썽였다. 스님은 영상 법문에서 육성으로 "마음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자기 있는 마음을 잘 쓰는 것이 이 세상의 행복을 찾는 길"이라 했다. 헌화 후에는 천안함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묵념을 가졌다.